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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발자로 취업한 지 어느덧 2년 차다. 올해는 뭔가 큰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해였던 것 같다. 회고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쓰게 된다. 마침 연말 남은 연차 소진을 할겸 해외여행중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manila

Photo by author — Manila, Philippines.

건강

우선 육체적으로 건강해졌다. 태어나서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러닝이랑 수영을 1년 이상 유지했다. 취업이라는 걱정을 덜어서 그런 건지, 운동이 자연스럽게 루틴이 됐다.

Total Running Distance: 173.25km Total Swimming Distance: 89.585km

러닝은 특히 목표로 잡았던 4:30 페이스까지 실제로 도달했고 수영은 이제 고급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그 덕분에 집중력도 더 좋아졌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졌다고 느낀다. 결국 운동도 특별한 요령보다는 그냥 계속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지금의 변화들도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커리어

회사에서는 주로 파이썬 기반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사내 시스템은 Django(DRF)로 구성되어 있고 주로 B2B 트랜잭션을 생성하는 서비스이며, 올해는 OAuth 2.0 도입 작업을 진행했다.

사내 시스템 같은 경우에는 투박한 UI가 대부분이라, 간단한 화면 구성이나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Vue를 사용해서 혼자서 풀스택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누적 데이터가 많아졌고,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들이 실제 문제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쿼리 최적화를 진행했고 N+1 문제를 해결하는 등, 회사 비즈니스가 멈추지 않도록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주로 했다.

이외에 사내 시스템을 넘어서 굵직한 SI 프로젝트와 컨설팅까지 포함해서 설계, 구현, 납품 전 과정을 경험해본 한 해였다. 엄격한 보안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진행되었고, 폐쇄망 환경이다 보니 구현 과정에서도 여러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SI 프로젝트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중요한 건 결국 WBS와 일정 준수였고, 납품 이후에는 내가 작성한 코드를 다시 손댈 일은 거의 없었다.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SI와는 조금 달랐다. 컨설팅 기반으로 고객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설계안을 제시한 뒤 합의 후 구축하는 방식이었는데, 처음부터 요구사항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를 확정하기 위해 실무진 인터뷰를 진행했고, 시퀀스 다이어그램과 화면 설계도, 사용자 관점에서 정리한 요구사항 정의서(유스케이스 기반 정리)를 함께 만들었다. 형식상 WBS는 워터폴이었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피드백이 있었고 애자일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실제 계약 관계에 있는 하나 이상의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점에 올해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독서

올해는 컴퓨터 사이언스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지는 못했다. 네 권 정도 읽은 것 같다. 주로 커리어 관련 책을 재미있게 봤고 이미 겪어본 시니어들의 노하우가 담긴 책들이었다.

  • 한기용, 실패는 나침반이다.
  • 로버트 C. 마틴, 소프트웨어 장인정신
  • 조영호,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기술서적으로는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를 읽었고, 후속작인 오브젝트는 시간이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Effective Python 원서를 읽고 있다. 번역판도 있긴 한데 몇 년 전에 나온 판이고 Python2 기준이라, 작년에 나온 3판 원서를 그냥 아마존에서 직구해서 읽고 있다.

기록

올해 아쉬운 건 기록이다. 블로그에 쓰려고 했던 글이 세 개 정도 있었는데 중간에 초안만 쓰고 다 멈췄다. 다이어그램까지 그려놓고도 결국 정리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미루면 그냥 잊어버리게 된다.

회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IDP 관련 지식(키클락)이나 레거시 MSA 시스템에 단일 보안 레이어를 적용하기 위해 Key Validator Proxy 서버를 구축해본 경험처럼 정리해볼 만한 재미있는 소재들이 여럿 있다. 이런 내용들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정리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내년

내년에는 올해 했던 일들의 연장선에서 운영/고도화 성격의 업무가 더 늘어날 것 같고, 동시에 새로운 성격의 프로젝트들도 함께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우선순위 조정이나 커뮤니케이션 같은 부분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것 같다.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내 역할이나 책임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는, 그 이상을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날 것 같고 그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라올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는 맡은 일들을 최대한 책임지고 처리해왔고,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는 운동을 루틴으로 만들면서 ‘결국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체감한 한 해였다. 내년에는 그 감각을 그대로 가져가서, 취미처럼 이어가고 있는 운동만큼이나 커리어를 위한 공부도 꾸준히 하는 걸 목표로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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